[한국 디자이너, 캐나다 개발자가 된 이야기] (5)한국 대기업 코딩 테스트 통과, 하지만 캐나다 워홀 인비테이션.

[한국 디자이너, 캐나다 개발자가 된 이야기] (4)스타트업 개발자로 첫발, 잃은 것과 얻은 것.

[한국 디자이너, 캐나다 개발자가 된 이야기] (4)스타트업 개발자로 첫발, 잃은 것과 얻은 것.

 

내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도 해외에서 성장했고, 이전에 미국에 갔다 돌아와서 사실 다시 해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사실 어려웠다. 

나는 자주 "왜?" 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성격이었고, 

아무리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더라도 합리적이지 못하면 쉽게 납득하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살기 좀 불편하다는게 내 경험이다. 

 

한국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내가 느꼈던 비합리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1. Unpaid 야근 (지정 시간 넘어서 회사 일하는데 왜 돈 안주지?)

2. 직장일의 연속인 회식. (업무 시간 넘어서 왜 눈치보며 참석해야 하는건데)

3. 상사가 하라면 해 사고방식 (상사도 틀릴 때가 많던데, 의견 수렴을 안하겠다는 건, 그 사람이 잘못 판단하면 이 회사는 끝장이네.)

4. 개인적인 질문 및 충고 (그 나이 때 결혼해야지, 내가 선배로서 충고하는데~, 라떼는 말이야~, 애인 있어요?, 결혼 계획 있으십니까?)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대기업은 조금 다르다고 들었다.

요즘엔 엔지니어가 귀해서 야근 수당도 꼬박꼬박 주고, 

야근자체가 별로 없고 성비 임금 차별도 없다고. 

한국 대기업에서 일해본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일해보신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하지만 내 주변에, 특히 여성분들은 같은 일을 해도 연봉을 적게 받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경우 여성과 남성 임금비율을 똑같이 맞추는데,

직급이 같다면 시작은 무조건 같은 금액을 제시받는다는 뜻이다.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열심히 해도 여성 엔지니어를 모시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여성분들 엔지니어링 하세요 재밌어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

 

그런데 가끔 회사로 면접보러 오신 한국분들이 다 쟁쟁한 한국 대기업 출신 분들이신걸 보면 

그런 대기업 엔지니어직도 포기하고 40대 50대에 캐나다 행을 선택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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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당첨!

 

어쨌든,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차에, 별생각없이 넣어놨던 캐나다 워홀에 당첨됐다. 

그냥 어느날 아침에 메일을 열어보니 생전 처음보는 이메일이 와있어서 클릭했더니, 

"캐나다 인비 당첨됐어, 1년 줄게 생각해보고 오든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직방, 카카오 등 한국 대기업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고 이미 이직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부 탐나는 회사들이지만, 과연 내가 "내 성격"으로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에 친구들, 가족들, 심지어 당시 애인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다 놓고 시차 14시간 해외로 떠나버리기가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바뀌었다. 

 

갈까..? 아냐, 가지마, 아냐, 가자! 😰

 

 

특히 당시 주변 사람들이 전부 만류했다. 

"가서 이력서 100장 돌려봐야 1장도 답장 안올겁니다 한번 해보세요!" : 이민업체 

"현실을 직시해, 거기서 학교 나온 것도 아니고 보여줄 게 없는데 누가 널 뽑아주니" : 개발자 친구 

"내가 그랬지 여자는 선생님 해야한다고" : 아빠

 

그리고 블로그를 다 뒤져봐도 워홀로 가서 바로 개발자로 직장을 잡은 케이스가 하나도 없었다.

(이제 여러분은 내가 있습니다 헤헤)

이런 종류의 "팩트"들은 내 자신감을 갉아 먹었다. 

 

"아 그래 뭐 내가 뭐 대단한 개발자라고 아무것도 없는데 나를 뽑아주겠어..

괜히 나가서 모아둔 돈 다 날리지 말고 한 군데서 열심히 하지" 

라고 생각했다가, 또 

 

"그래도 30살 되기 전에 한 번 도전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질문했다. 

 

퇴근하고 깜깜한 밤,

집에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한강을 끼고 돌아 가며 골몰히, 끊이지 않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고민 또 고민 또 고민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돌린 질문은 아래 질문이었다.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는 행복할까?"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진 뒤,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니 용기를 내야만 했다. 

내 스스로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를 해야했다. 

 

 

원래 안가본 길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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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2년 후, 

"코로나? 라는게 있대!" 라는 말이 돌던 2020년 3월,

나는 밴쿠버행 티켓를 끊었다.

 

이후 나의 인생은 활짝 폈을까? 

피긴 폈다, 하지만 눈물나는 고생 이후에. 

나의 고생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 췌킷아웃 

 

https://engineer-m.tistory.com/27

(1) 한국 개발자 좌충우돌 벤쿠버 진출 이야기 - 인비 당첨, 캐나다로 돌격.

 

 

 

마무리

 

내가 처음 아무것도 없이 캐나다로 가서 엔지니어로 일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다들 내가 철 없다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순진하다고 했다. 

당연히 겁먹어야 한다고 겁을 줬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냈고, 그 결과로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에게 했던 "충고" 들에 펀치를 날릴 수 있게 되었다. 

 

응, 와서 이력서 답장 왔구(진짜 100장 돌렸는데 3군데 옴 ㅋ 이민업체 적중률 실화?),

알고리즘 테스트 통과했구,

내가 너무 가고 싶었던 꿈의 대기업 붙었구,

한국에서 벌던 연봉의 3배를 벌며 잘 살고 있어 :) 

 

이글을 보시는 분들도,

내 이야기처럼 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전공 전환을 한다던지, 해외로 나가서 취업을 한다던지 등

인생에서 큰 기로에 서있다면, 

주변의 조언들을 무작정 받아들이고 흔들리기보다 Grain of salt (약간의 의심) 과 함께 들을 것을 권유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세상 경험이 많아 보이는 사람도,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을 걸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이 나에게 좋은 길일지 아닐지는 신만이 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따라서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주변 의견을 수렴하되,

"조언"에서 팩트를 추리고, 허세와 가짜를 가감해서 수렴해야 하고,

1.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뭘 잘하고, 뭐에 싫증을 잘 내는지) 

2. 정보(팩트)를 최대한 스스로 슥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