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개발자 좌충우돌 벤쿠버 진출 이야기 - 인비 당첨, 캐나다로 돌격.

오 아름다운 캐나다.

"아니 내가 워홀에 되다니?"

 

 혹시나 해서 등록해 놓은 캐나다 워홀. 3주도 지나지 않아 내 이메일 함엔 "no-reply" 수신자의 평생 보지 못했던 이메일 하나가 띡 와있었다. 속히들 말하는 워홀 인비에 내가 당첨된 것이다. 

 

 별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지 않았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내가 다니던 회사는 개발자로 성장하기에 많은 기회가 있지 않았다. 같은 코드를 돌려쓰는 식의 공장식 (?) 웹사이트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항상 하던, 항상 맡던 역할에 조금은 신물이 나 있던 상태에서 워홀 인비 당첨은, 뭐랄까 "와 드디어 되다니 행복하다!" 보다는, "이쪽도 길이 있었네?" 하고 새로운 기회를 인지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히려 인비에 뽑히기 전까지는 별로 고민이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당시 한국의 꽤 괜찮은 회사들에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었고, 면접을 보러다니고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나름 좋은 곳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 인비테이션에 뽑히고 나니, 캐나다, 비행기 타고 16시간을 가야 하는 그 먼 타지에 혼자 가면 어떻게 벌어 먹고 살 것이며, 어떻게 또 적응할 것이며, 정말 좋아하는 횟집 김치찌개집은 영영 못보는 것인가 생각하니 별로 그렇게 좋은 옵션같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캐나다에 온 지금, 정말 그리운건 신촌에 자주 찾던 낭풍 김치찌개집 김치찌개... 칼칼한 국물에 소주 캬.

 

 다행히도, IRCC (워홀을 주관하는 캐나다 정부 기관) 에서는 올지 말지 결정하라고 자비롭게도 1년 가량의 시간을 내게 주었다.

나는 항상 고민 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한강을 습관처럼 걷는 편인데,

6개월 동안 그 놈의 한강 지겹게 걸었던 것 같다. 

 

 

한강에 자주 가던 편의점.. 걷다보면 배가 고파지기 마련.. 

 

 그리고 1년 뒤, 나는 어느새 캐나다 벤쿠버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살면서 두번째 미주로 가는 길, 뉴욕에 갈 때보다 조금 덜 설레는건 아마 내가 이제 나이가 많아져서 그런것 일 거다. (당시 스물 여덜살..) 어릴 때의 그 패기는 온데 간데 없고, 나름 자신있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가는 내내 그 고민만 했다. 

 

 

 내가 벤쿠버에 가서 과연 개발자로 직장을 잡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이, 오직 한국에서의 경력으로만? 

 

  그도 그럴것이, 캐나다게 갈지 말지 고민하던 때에 친구들의 조언은 두가지로 나뉘었다.

 

"가면 어떻게든 먹고 살지 않겠어? 한살이라도 어릴때 캐나다 가보는 것도 좋지 ~! 거기서 아예 눌러 앉게 될지 누가 알아." 의, 나는 널 믿는 (혹은 방관) 한다, 파와, 

 "현실을 직시해, 거기서 학교 나온것도 아니고, 연고가 있는것도 아닌데 누가 널 뽑아주겠어, 현실적으로 지금 하는일 그대로 가서 한다는건 난 어렵다고 봐." 의, 소위 "팩트폭행" 파. 

 

  나는 둘 다의 의견을 듣고,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혹은, 무작정 희망적이기로 했다. 

 최대한 모든 준비를 다 해가되, 개발자로 직장을 못구하면 3개월 뒤 돌아오자. 하고 나에게 기한을 준 것이었다. 

 

 나를 위하는 친구들의 조언 속에서 나름 절충안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벤쿠버, 캐나다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