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국 개발자 좌충우돌 벤쿠버 진출 이야기 - 미션 임파서블? 2주일 안에 직장을 구하라.

(친구) "너는 거기서 학교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별다르게 이뤄놓은게 있는 것도 아닌데, 너가 캐나다 고용주라고 생각해봐, 너를 왜 뽑겠어?"

(이민업체) "한 번 일단 가보세요, 원서 100개 돌리면 한개도 답장 안올 겁니다 아마.. ㅎㅎ"

이 말,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또는 취업을 문의하러 간 이민업체에서 귀에 못박히게 들었다.
참 들을 때마다 기분 나쁘고 그런데 기분 나쁜 이유는 그게 현실일 것 같다는, 나에 대한 위축감에서 오는 걱정 때문이었겠지.
캐나다 오기 전에 이런 조언들 때문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한 50번은 했던 것 같다.

그냥 가서 부딪혀 보기에는 이미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걱정이 되었고,
가만히 있기에는 누군가는 골든 티켓이라 부르는, 워킹 홀리데이 인비테이션이 아까웠다.

서른이 되고 나면 다시는 워킹홀리데이라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래서 더더욱 나는 퇴근하고 오는 저녁길마다 내 미래를 곱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일이었다. 타지에 간다는 것은 아무리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려고 해도 막상 닥치기 전엔 많은 것을 간과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든, 나쁜 쪽으로 작용하든.

향수나 옷을 인터넷으로 살때 나는 종종 리뷰를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그러면 아직 가지도 않은 캐나다는 어떻게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을까?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에 개발자 이민관련 글을 뒤져봤다. 뭐라도 알아야 선택할 것 아닌가? 한국에서 오래 개발자로 일하신 어떤 분은, 캐나다 밴프에서 식당일을 몇년 하시고 나서야 영주권을 받고 개발직을 시작하셨다는 글도 보고, 어쨌거나 성공담을 많이 접하지 못했고 이것은 이미 꺾여있던 나의 사기를 한없이 고개숙이게 만들곤 했다.

이는 내가 현재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들도 분명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희망을 주고 싶다. 문론 내가 그렇다고 엄청난 직장을 잡았다는 그런건 아니다. 그저, 커리어 살려서 캐나다에서 취직하는게 목적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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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모진말들을 다 듣고도 벤쿠버에 왔다. 그리고 낙천적인 마음 하나만 믿고 이력서를 돌렸다. 미친듯이.


거의 100 개에 달하는 이력서를 돌린 끝에, 2주 째 되던쯤,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서류를 보고 마음에 들었으니, 와서 면접을 한번 봐 보라는 내용이었다. 벤쿠버 도착해서 처음으로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력서를 돌리니 결국 연락은 왔구나 하고 눈물이 팽 돌았다.

그날 저녁에 리치몬드 해변을 산책하면서 면접을 어떻게 봐야 할 지, 긴장감과 설렘이 섞인 기분으로 걸었던 기억이 난다.

리치몬드 살 당시, 아침마다 산책하던 길. 생각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혼자서 이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다음날 가지고 있던 중 가장 단정한 면접복장을 하고 다운타운으로 나섰다. 상쾌한 아침 바람과, 아직 지리를 잘 몰라서 두리번 거리며 걸었던 벤쿠버 다운타운의 길거리가 아직 선명하다.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고층 건물에 한층을 쓰는 오피스가 꽤 멋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키가 큰 호리호리한 대표님이 직접 맞아주고 회의실에서 면접을 시작했다.

면접은 대표님, 팀 리드 (Tech Team Lead) 와 함께 진행했다. 팀 매니저도 친절하고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나의 경력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내가 주로 쓰는 Front End 언어와 프레임워크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AWS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 나중에는 별별 일이 다 있었지만... ) 당시에는 다들 사람 좋아보였고, 그렇게 벤쿠버에서의 첫 면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날아갈 것 같이 좋았다.

되든 안되든 일단 면접을 잘 봤으니 앞으로도 잘 될거야!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 뒤, 오퍼레터를 받았다.
물론 가고싶었던 큰 회사도 아니었고, 벤쿠버 개발자 기본 연봉보다 낮았다. 그리고 첫 맡게 될 프로젝트가 모바일이어서 다시 새로 배워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그것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외국인이고, 여기에서 연고도 없는데 나를 받아준 것이 감사했고, 그리고 개발직을 얻은 것으로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 벤쿠버에서의 첫 출발을 다운타운 오피스에서, 개발자로 새작하게 되었다.

오퍼레터를 받은날 벤쿠버에서 처음 사귄 친구 샘과 함께 hot pot 레스토랑에 가서 신나게 마라탕을 먹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모든 레스토랑이 문을 닫은 지금 참 그리워지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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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벤쿠버에서 어떻게 개발직을 잡았을까?

나는 내가 벤쿠버에서 기존 업무 직장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간추려보고 싶다.

1. 매일 20개씩 이력서를 돌렸기 때문.

캐나다에 도착한 후 두째날부터 하루에 이력서를 20개씩 돌렸다. Indeed, LinkedIn에 수시로 들어가며 인터넷 지원이 가능한 곳은 일단 지원서를 넣고 봤다. 되든 안되든, 답장이 오든 안오든 무조건 하루에 20개씩, 목표를 정해두고 이력서를 돌리니 일주일째되는 날, 두 세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이주일 되던날, 다운타운의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이것이 시작이 되었다.
되든 안되든 우선 재고 따지지 않고 이력서를 많이 돌려볼 것을 권한다.

보잘 것 없거나 작은 회사라도, 이민 사회에 첫 발을 딛게 해주는, 혹은 나중에 영주권 지원때 함께할 귀중한 인연이 될 수 있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직장이라도 일단 다니다 보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보통 이미 취업이 된 상태에서 더 좋은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고민은 일단 제안을 받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2. 영어를 잘 했기 때문.

영어가 힘드신 분들에겐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영어를 알아듣고 업무상 의사소통이 되어야 할 정도로는 해야한다. 엔지니어들은 대화할 때 영어가 유창해도 오해가 생긴다. 아니 이건 어떤 집단이나 공통점일지도. A를 하라고 시니어가 시켰는데, 못알아들어서 다시 물어봐야 해도 문제, 잘못 알아들어서 업무에 차질이 생겨도 문제이다. 업무보고? 자기 PR이 생명인 캐나다 직장에서 더듬더듬 했던 일 잘 말을 못했다가는 좋지 못하게 평가 나기 일수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가끔 참가자로 면접에 참가하는데, 영어가 심하게 부족하면 팀리드가 바로 "No." 라고 메세지를 보낸다. 의사소통이 안되니 더이상 면접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다소 잔인하지만, 현실이다.

따라서 적어도 워홀로 캐나다에 도착해서 바로 기존에 가졌던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다라고 한다면, 적어도 의사소통은 되어야 하고, 이것을 계산 쉬운 점수로 생각해 보자면 아이엘츠 평균 7 정도로는 올려놓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영주권을 목적으로 오는 것이라면 아이엘츠 6이 커트라인이기에 (듣기 쓰기 읽기 말하기 모두 6등급 혹은 이상 이어야함.) 미리미리 준비해 놓을 것을 권한다.

3. 업무 경험이 있었기 때문.

만약에 한국에서 업무 경험이 없다면, 반드시 업무경험을 쌓고 지원할 것을 추천한다. 캐나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외국인이 외국에서 좋은 학교를 나왔던들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고,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업무를 할 수 있는지 기준점은 지원자의 업무 경력일 수 밖에 없다. 대학교 졸업생을 채용할 것이라면 굳이 캐나다 졸업생이 아닌 외국인을 채용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어 능력조차도 미지수일 때, 한국에서의 관련경력은 빛을 발하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하다못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려고 해도 경력을 따진다. 따라서 작든 크든, 6개월이든 1년이든 업무경력을 반드시 쌓아놓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캐나다 취업의 확률을 확실히 올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