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 개발자 좌충우돌 벤쿠버 진출 이야기 - 벤쿠버 도착, 워홀 첫날 해야할 일, 핸드폰 개통 & SIN넘버 발급.

드디어 벤쿠버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이렇게 indigenous people 들의 totem pole 이 서있다.

이민국 심사대에서 워홀용 1년짜리 오픈 워크 퍼밋을 받았고,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그냥 여기 왜 왔냐, 계획이 어떻게 되나 정도 물어보고 바로 도장 찍어 준다.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었음.)

16시간 비행 때문에 정신이 어질어질 했는데 무거운 몸과 캐리어를 이끌고 근처 Airbnb 를 잡았다.
별 생각 없이 예약한 곳이었는데
직접 가보니 엄청나게 큰 집에 방 여러개를 렌트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사진 첨부는 어렵지만 정말 엄청~나게 큰 집이었다. 집안에 들어가면 원형 계단이 쭉 있고 내가 묵게 될 방도 꽤 컸다. 짐을 대충 풀고 침대에 누웠다. 만약 직장을 못잡으면 3개월 내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왔기에 당연히 짐도 엄청 적었다.

정말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들만 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적은 수의 옷을 돌려입어가며 이력서를 돌릴 생각을 하니 진절머리가 났지만 일단 도착한 벤쿠버는 생각보다 더 거대했고, 생각보다 더 공기가 깨끗했으며 기대보다 탁 트여있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9시.
벤쿠버의 밤은 칠흙같이 깜깜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내 미래의 색은 아니겠지..?
너무 피곤해서 밖을 돌아다닐 여유는 없었지만, 앞으로 힘내자라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꽥꽥"

생전 들어보지 못한 모닝벨소리가 울렸다. 새벽 7시에 도대체 무슨 소린지 하고 창문을 열어보니 기러기 한 백마리가 (과장 아니다.) 공중을 순회하고 있었다. 앞으로 아침에 못 일어날 걱정은 다신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삼천포에 빠져보자면, 벤쿠버에 와서 걷다보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여기는 정말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것이다. 기러기들은 그나마 공중에서 자신만의 교통규칙으로 움직이지만, 가장 골치아픈 것은 거위들이다.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가까이가도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뻔뻔하게 아침마다 순찰을 돌며 사람들을 쫓아낸다. 캐나다의 상전은 거위 인 것 같다. 심지어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도 한가운데에서 뻐팅기고 앉아서 운전자들에게 가끔 골치아픈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방법이 없다. 그저 거위님이 내키실때까지 계시다가 지나가시면 그때 가는 수 밖에.....

캐나다에 도착해서 첫째날이 밝았다. 옆방에 지내고 있던 쌤이 막 벤쿠버에 도착한 나를 신기해 하며 이것 저것 가르쳐 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역시 타지에선 친구를 사귀어야 해.

내가 있는 곳은 벤쿠버중에서도 리치몬드였고, 버스를 타고 조금 나가면 리치몬드 센터에 스타벅스, Fido(저가 통신사) 등등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있었다.

벤쿠버 첫날, 캐나다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할 일

타지에 와서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이정표는 무엇이 있을까?
캐나다 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을 알려드리고 싶다.

1. 핸드폰 개통

왜 핸드폰 번호가 가장 먼저 필요할까? 앞으로 캐나다에서 해야할 일들이 전부 전화가 가능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SIN넘버만 발급받으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전화를 먼저 해보고 가야 한다. 정부에서 예약 확인 전화도 전화로 한다. 우리나라 처럼 카톡 이메일 옵션 이런거 없다. 따라서 가장먼저 캐나다 번호를 만들 것을 추천한다.

핸드폰 개통을 위해 쉽게 갈 수 있는 주변에서 통신사를 찾는다. 대표적으로 Fido, Koodo, Freedom Mobile, Telus 등이 있으니 구글맵에서 검색해 보고, 무작정 찾아가면 된다. 만약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도, 영업점에 가면 다 친절하게 천천히 알려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라고도 할 수 있는 SIN 넘버 발급,

Service Canada 라는 정부기관에서 보통 SIN 넘버를 발급해준다. 머무는 곳 근처 Service Canada를 찾아서 방문시간을 예약하면 된다. 혹은 Service Canada 통합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보면 가끔 어떤 지점은 사람이 없어서 그냥 방문해도 SIN 발급이 가능하다고 하기도 하니 전화해보고 가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비스 캐나다 예약 주소:

www.canada.ca/en/employment-social-development/corporate/service-canada-appointment-system-notice.html

서비스 캐나다 문의 번호:
Telephone
: 1-833-283-7400

3. 생존(?) 을 위한 주변마트 파악

이건 사실 개인적인 조언이긴 한데, 주변에 Save on Food 나, 패스트푸드점이나, T&T 같이 저가 대형 식료품점이 있으면 살기에 편하다.

4. 깡(용기) 를 가지기.

나는 영어가 자유로워서 워홀오신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언어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음에도, 그래도... 낯선 땅에 그것도 넓고 황량한 벤쿠버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서있는 기분은 참 적막하고도 외로웠다. 혼자라는 생각은 괜시리 불안과 걱정을 부추겼다.
하지만 캐나다도 사람 사는 곳이고, 벤쿠버가 이민자들의 도시이다 보니 현지인들 중에서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현재까지 벤쿠버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30% 정도? 대부분 이민자들이라 강한 액센트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무직도 영어가 완벽해야하는건 아니고, 여기 사람들도, 캐나다에 왔다면 영어를 반드시 유창하게 해야한다는 그런 기대도 당연히 없다.

내가 처음에 벤쿠버에 도착했을 때는 혼자라고 느꼈고 앞으로의 생활이 많이 두려웠지만, 지금 내가 그때의 나를 본다면, 그리고 타지에 홀로 시작하는 분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깡을 가지자! 무작정 겁먹지 말고 좀 더 여유있게 캐나다의 아름다움과, 새출발의 기대감을 즐기자. 당장은 취업문제가 큰 산처럼 보여도 지나가고 보면 그냥 작은 언덕일 뿐. 지나고 나면 오히려 새출발을 새출발 대로, 설레임을 설레임대로 제대로 즐기지 못한게 아쉬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