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이민 5년째, 좋은 점과 나쁜 점 얘기해 볼게요 (+ 근황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온지도 어느덧 5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저는 영주권을 따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하고, 캐나다 남자랑 결혼하고, 밴쿠버에 집을 사고,
지난 해에 임신해서 이번해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민 5년 째인 만큼 캐나다 와서 좋았던 점, 나빴던 점 등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좋았던 점

1. 전반적인 문화와 팍팍하지 않은 삶

한국에 있을 때 저는 스트레스와 화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꾹꾹 눌러 참고 살았던 것 같아요. 사회가 사회 초년생들에게 요구하는 "싹싹함" "성실함" 그리고 한국의 성공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요. 
 
한국에서는 저와 다른 사람들을 비교도 많이 했었습니다. 나는 $$$ 버는데, 이만큼 모아 놨는데, 잘 사는 걸까? 내 친구들은 다 결혼하는데, 난 늦은 걸까? 등 인생 비교부터, 몸무게, 입고있는 옷, 신발같은 외모까지 세세하게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것이 제가 원해서 비교를 한다기 보다는, 한국에서 자주 접하는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주변 친구들은 항상 얼굴과 몸을 센티미터 단위로 나눠서 평가하기 바빴어요. 너는 코가 이렇다, 입이 조금 튀어나왔다 등등, 어려서부터 이런 비교평가에 익숙해지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죠.
 
한국에서 살때는 항상 주변에 연애 뉴스로 가득하고, 연애인들 뭐 입었는지, 어떻게 피부 관리 하는지, 성형외과 등 자극적인 광고와 문구들로 넘쳐났던 것 같아요. 그 메세지들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며 자기검열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예쁘면 다일까요?

 
저는 동시에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충족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친구들과 만날 시간을 줄여서 공부하고, 소위 sky 대학에 입학하고, 외모를 가꿨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취를 이룰 때마다 더 공허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교의 끝은 어딜까요?

 
정말 제가 대기업에 가고, 성형을 해서 예뻐지고, 결혼을 하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까요?
아뇨, 대기업에 가면 나보다 더 유복한 직장 동료와 나를 비교하고, 승진 스트레스가 있겠죠, 성형을 해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외모가 뒤쳐질 거고요, 결혼을 하고나면 언제 아기를 가지냐는 소리가 들려올거고, 돈을 많이 벌면 자산관리에 머리를 싸매게 될겁니다.
 
이렇게 물질적인 것으로 나의 성공을 가늠하는 것이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고문이고, 이런 방식으로는 우리의 짧은 삶 동안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것, 저는 나이가 좀 더 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그런데 캐나다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부분들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캐나다에도 당연히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죠, 하지만 내가 그 지표의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나를 섣불리 욕하고 무시하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무시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고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못할 까봐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을 타파한다고 생각해요.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될테니까요. 
 

2. 자연과 깨끗한 공기

캐나다 공기 너무 너무 깨끗하고 좋아요.
가끔 한국에 여행 갈 때면 갑자기 숨이 턱 막혀 오면서 아 내가 이런 미세먼지들을 다 마시고 살았었구나 하고 캐나다 공기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특히 여름에 날씨가 좋을 때면 정말 여기가 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습니다. 깨끗한 자연이 널려있어서, 여름에는 주변 호수로 캠핑을 가기도 하고, 카야킹을 가기도 하고 등산을 가기도 합니다. 
 
겨울엔 보통 날씨가 별로고 비가 많이 와서 스키를 타러 가구요. 한국에 있을 때 저는 밖에 나가도 실내 데이트가 많았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active 한 취미생활을 많이 갖고 있고 그걸 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다들 몸과 마음 건강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카야킹 갔을 때 사진이에요. 잔잔한 호수 위에서 노저으면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ㅎ

 

3.  Your Life Comes First, 일 문화 (Work culture) 

캐나다 회사의 좋은 점은 사람들이 일과 효율에만 집중한다는 점이에요. 허례허식, 회식, '대리, 차장, 상무' 등 쓸데 없는 수식어 (여기는 다 이름으로 부르고 직급은 따로 확인 가능해요), 인사치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서 업무 효율이 훨씬 좋습니다. 효율적으로 매끄럽게 굴러가야 할 팀에서 업무 외 쓸데 없는 것 (외모라던가, 성별, 인종) 에 관심을 가지고 분란을 만드는 사람은 업무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는 회식에 참석하고, 상사보다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싫은 상사 비위 맞춰주고 술 따라 주고 노래방을 다니고,  휴가를 반납하고, work life balance 와 가정을 뒤로 하고 야근하는 걸 "사회생활" 이라고 하죠.ㅎㅎㅎ
이런 행동을 하며 "나는 사회 생활 잘 하고있다" 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이런 구조는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매일 야근해서 가정에 불화가 생긴다거나, burn out 이 온다면 그 직원들은 회사에서 일에 집중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방식의 업무가 회사에 이익과 높은 업무 효율을 가져다 줄까요?
업무 능력은 최악이어도 술 잘마시고 처세술에 능한 사람만 결국 회사에 남지 않을까요? ㅎㅎ
 
캐나다 기업들은 대부분 조금 더 장기적인 직원들의 행복과 근속에 의미를 두고, work life balance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금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던 초창기 때, 저도 한국 방식으로 하다가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
업무 시간이 끝났는데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조금 더 남았던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신입다운 열정을 보여준답시고,

"오늘 야근해서 그냥 끝내겠다"

고 말한거에요. 한국회사였다면 칭찬을 들었을 텐데, 저는 오히려 따로 충고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M씨가 한 말, 야근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서 위험해. 회사에 온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눈치 안보고 work life balance 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노력중이야. 앞으로 업무 시간 이후로 추가 근무하겠다는 말은 안해줬음 좋겠고 너가 원하지 않는데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다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니까 꼭 알려줬음 좋겠어."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어요. 전 단순하게 한국에서 했던대로,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는데, 좋은게 좋은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방식이 결과적으로는 모두의 경쟁을 부추기고, 불행을 초래한다는 거시적 관점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에요.
이런게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사회적 지능' 이 아닌가 싶었고, 이거야 말로 진정한 "사회 생활"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정을 뒤로 하고 회사에 매진한다" 는 것도 바보처럼 생각합니다. 덕분에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 엄마들이 많아요. 저희 회사에서도 남편들의 육아 휴직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직장 동료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아이들 크리스마스 공연에 가야 해서, 아내 산전 검사에 동행해야 해서, 아기들 학교에서 픽업해야 해서" 등등 가정의 이유를 자유롭게 얘기하고, 잠시 용무를 보고 돌아옵니다. 
 
캐나다 문화에 적응한 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한국 출산율이 낮은게 당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살면서 결혼, 임신, 출산하고 가정을 가지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죠. 우리도 그렇게 이 세상에 태어났구요. 그런데 한국사회는 이 당연한 과정에 대한 의무는 다 무시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것 같아요, 특히 여자들의 무조건적인 희생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구조인듯.
 

"한국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자들이 임신 출산을 해야 해,
근데 임신하면 너는 회사에서 '출산휴가를 쓰는 이기적인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거고,
출산하고 나면 경력 단절될 수도 있고, 회사에서 아이와 가정을 우선하면 손가락질 받을거야.
그리고 맞벌이 기혼 여성 가사 분담율 남성의 3배.. ㅎ

저라도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임신 출산은 생각도 안했을 것 같아요. :) 
 

 

---

 

나빴던 점

1. 의료 시스템

캐나다에 와서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되는 것 한가지는 의료 시스템이에요. 한국도 최근에 의료 시스템 대란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나아졌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여기는 패밀리 닥터라고 제너럴 닥터가 있어야 이 닥터가 나한테 리퍼럴을 써줘서 다른 전문의들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 패밀리 닥터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일 뿐만 아니라, (정말 좋은 패밀리 닥터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냥 패닥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요.
저는 지금까지 패밀리 닥터를 2명 거쳐왔는데, 첫번째 분은 저희집이랑 너무 멀리 있어서 진료받으러 가기가 힘들었고, 두번째 분은 남편가족의 페밀리 닥터가 새로운 환자 안받는 거 사정사정해서 겨우 모셔왔어요 ㅋㅋㅋ.
 
간단하게 이비인후과나 내과를 가고 싶으면 한국에서는 그냥 동네 주변에 전문의를 찾아가면 됐는데, 여기서는 무조건 패밀리닥터 예약을 먼저 잡고, 이 예약도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한달 안에로 잡히구요.. 패밀리 닥터랑 먼저 전화로 상담을 받은 후 그 다음에 전문의와의 예약을 잡을 수 있는데 이것도 또 예약이 차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의사를 보기가 어려워요. 
Walk in clinic 이 있기는 한데, 여기도 웨이팅이 2-3시간 정도 되어서 의사 보기가 너무 너무 힘들어요.. 
 
한번은 제가 입덧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실 대기실에서 토하면서 의사 보기까지 4시간을 기다렸습니다ㅋㅋㅋ
이럴 때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좋았었는지 다시한번 느껴지게 되고, 이런 이유 때문에 부모님을 캐나다에 모셔오기는 힘들 것 같아요... 
 

2. 마약, 홈리스

저는 West Vancouver 에 사는데, 단탄 나갈 때마다 약에 취한 노숙자들을 진짜 많이 봐요.
처음에 캐나다 왔을 때는 이렇게 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본게 처음이라 엄청 무서웠어요.
지금은 노숙자들이 사람들에게 공격적이지 않고, 그냥 삶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는걸 알게 된 이후로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아요. 실제로 밴쿠버 거리 노숙자들을 인터뷰한 유투브 영상을 봤는데, 다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어서 고통스러워 하더라구요. 
 
마약은 비단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같은 경우에도 노숙자들이 상점에 들어와 물건을 집어가도 그냥 놔둔다고 하네요. 방법이 없어서. 
 
제 주변에는 마약을 하는 경우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워낙 마약 구하는 경로가 많다 보니, 여기서 자녀를 키우면 이런 부분들을 걱정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는 부분이 단점인 것 같아요.
 

---

 
 
이렇게 좋은 점과 나쁜점을 써봤는데요, 단점이 있어도 저에게는 좋은 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한국에 계신 분들이라면 제 얘기에 공감을 하시는지, 밴쿠버에 계신 분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네요, 자유롭게 답글 달아주세요! :) 
 
그럼 담에 또 글쓰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