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파랗고 캐나다는 맑았다_돌아보는 일기

밴쿠버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탁트이며 새파란게 내가 이런 하늘을 언제 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제서야 하늘을 제대로 볼 정도로 마음이 안정되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새파란 밴쿠버의 하늘

나는 그 푸른색을 보고 내가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하늘이 푸르러서 그 푸르름이 어린시절을 닮아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그저 하늘을 올려다 본것이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렸을 때는 파란 하늘을 보면, 무슨 생각을 했더라.. 하고 궁금해졌다. 

어렸을 때는, 스무살 초반 때는 하늘을 보고 멍 때리곤 했다. 그 눈부신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서 멍때리면서 본 적도 있었고, 내가 다른 적에 봤던 하늘과 뭐가 달랐나, 색깔이 다르나, 재밌게 보이는 구름을 찾아본 적도 많았다. 

 

 그런데 요 몇 달간 난 하늘을 쳐다볼 그리고 쳐다본다고 해도 그 아름다움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그랬던 것 같다, 캐나다 와서 무진장 좋고 편한 점도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이유 모를 불안함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춥게 새파랐던 시절은, 가끔 불안하긴 했어도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 때는 나의 슬픔도, 기쁨도 다 나의 경험 안에, 예상 안에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영어 선생님 혹은 공무원이 되길 바라셨고, 나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고 그 사이에서 부딪힘이 있었다.

 당연한 불편함이 조금 있었고,

 난  그리고 난 다시 미국으로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채 어떻게는 취직해서, 꿈을 가진 한국의 직장인이 되어서 미국으로 차후 다시 이민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뉴욕에 나가서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현실을 보고 난 후, 캐나다로 가겠다고 생각했었다. 

 뉴욕에서 내가 느꼈던 기쁨도, 슬픔도 전부 그만큼의 무게가 있었지만 나를 놀라게 할 정도의 생소함은 없었다.   

 

 그 슬픔, 기쁨, 내가 예상 했던 나의 모습과 감정들 중,

 해외에 나가서 갈팡질팡하며 한국을 그리운 마음으로 돌아보는 나는 없었다. 

 

 후련할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기억만 있었던 한국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막상 이 따듯하고 평화로운 도시에 도착하니,

 

한국의 활기참과 떠들썩함이 그립다. 

한국 아스팔트 도로에서 피어나오는 따뜻한 냄새가 그립다. 

츤츤대면서도 챙겨주는 한국 사람들이 그리웠다. 

살이 실하게 올라서 시원한 무를 곁들인 고등어 구이가 그리웠다.

 

 그리고 난 이런 "계획에서 빗나간"나의 모습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향수병이 도져도 단단히 도진것이다. 

 

 그리고 오늘, 따뜻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밴쿠버의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가끔은 불고기 버거가 그리울 수도 있고, 낭풍 돼지고기 김치찌개 집이 그리울 수도 있고, 그리고 그래도 괜찮아. 

 여기 있는 동안만은 그래도 여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고 행복하자. 

 

 과거는 언제나 그자리에 있지만, 나의 오늘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행복 짤주머니를 밑바닥까지 짜내서

 충분히 행복하고 싶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한국의 하늘과 비교 하지 말고, 

 그 눈부심 그대로 내 마음에 내리쬐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