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남자 친구의 장점, 결혼 생각을 하게 된 계기

오늘은 조금 개인적일 수 있는, 연애에 대한 얘기와 결혼을 계획하게 된 계기를 써보려고 한다.

남자친구는 밴쿠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고,
아버지는 미국분, 어머니는 밴쿠버 토박이시다.
마치 은행에서 주는 팬플랫에 배경으로 나올 것 같은 전형적인 백인 가족이다. 👨‍👩‍👧‍👦

어느나라 사람이라서 이렇더라 하기엔 사람바이 사람이라 그렇게 따질 수 없지만,
전 남자친구들은 전부,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치명적인 문제점들이 있었다.
그래서 연이어 연애를 마무리 지으며 남자들은 다 이런가..,하고.
사실 결혼에 많이 회의적이었다.

비혼은 아니었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내 인생을 확실히 더 좋게 만들어줄 남자가 아니라면 굳이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서도 잘먹고 잘살 수 있었기에...


하지만 이런 나도 결혼생각이 나게 한 남자를 만났다.
지금 남자친구는 지금껏 만났던 남자친구들과 차원이 다르고, 2년째 그 모습을 유지하며 항상 발전해 오고 있다.
이번에 서로 결혼얘기를 시작하게 된 기념으로 남자친구의 장점을 써보고 싶다.
나중에라도 미운모습이 보일 때 다시 보고 감사함을 갖기 위해서 ㅎ

 

 

1. 집안일 끝판왕 🧺

나는 조금 어지르는 편인데, 남자친구는 정리정돈의 끝판왕이다.
항상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여기저기를 쓸고 지나다니는데,
잠깐 쉬는 시간이라도 나면 집안을 돌아다니며 어지러진 것을 제자리에 놓는다.
Duster를 들고 다니며 내 책상위의 먼지를 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청소요정이라거나,

Mary Poppins 같아 가끔 웃음이 난다.

 

자랑은 아니지만 지난 2년 동안 내 손으로 쓰래기를 버려본 적이 없다.
확인해서 쓰래기통이 차있으면 바로 쓰래기를 버리고 온다.
전남자친구는 "과자봉지 좀 치워" 하면 "너가 좀 치워줘" 하던데...😡
이렇게 "미룸"이 없는 남자는 본 적이 없다.

단점은 이제 침대에서 과자먹을 수 없다.

"저거 꼭 침대 시트에 흘릴 것 같은데..." 하는 걱정스런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기 때문..

청소뿐만 아니라, 내가 바빠서 저녁을 못먹고 있으면 알아서 요리해서 저녁밥을 차려주고,
설거지까지 하면서 생색내지도 않는다. 괜히 내가 찔려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난 집안일 내가 하는거 상관없어... 근데 고마워만 해줘." 라고 하는데.. 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인가...
문론 이렇게 잘해주니 나도 더 나서서 집안일을 함께 하게 된다.

2. 가계부 적는 남자 💵

나는 돈을 벌 줄은 알지만 관리할 줄을 모른다.
남자친구는 경제학 전공에다가 "돈" 자체를 엄청 좋아해서 모으는 것도 엄청 좋아한다.

출처 GIPHY

그래서 가계부를 꼼꼼히 쓰는데, 하루에 쓰는 돈을 전부 기록하고 허투로 쓰는 돈이 없게 관리한다.
이렇게 돈을 좋아하면 짠돌이일만도 한데,
고맙게도 나에게 돈 쓸 때 한번도 생색낸 적이 없다.
돈은 남자친구와 내가 6:4 정도로 내는데, 만약 예산에서 벗어난 지출이 되면 티안나게 재밌게 데이트 지내고 돌아와서,
"우리 다음주는 아마 아껴야할 것 같아, 우리 이번주 예산이 이만큼 초과했거든"
라고 조곤조곤 말해준다.
그럼 아무리 이번주에 치킨을 먹고 싶었던 나라도 동의하고 집안의 가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게 된다.

가계부 뿐만 아니라, 미래에 가족에게 닥칠 혹시 모를일에 대비하기 위해 생명보험을 들어 놓는 등
항상 경제적으로 "준비된 모습"이 너무 믿음직스럽다.
담담하게 "만약에 미래에 나한테 무슨일이 생겨도 너는 안전해." 라고 말하는데,
뭔가 사랑스럽고도 애틋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3.  가'모'장적, 따뜻하고 부드러움 😇

가부장적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들면 버럭버럭 화내기 일쑤였고,

"물 떠와", "이거 가져와", "커피 타와", "밥차려"

등 "~~해줘" 식의 명령을 많이 하셨다.
나는 그런 아빠 시중을 드는 엄마를 보면서 자라서 "나는 절대 아빠같은 남자랑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 소망이 응답을 받았는지, 지금 남자친구는 “해줘” 보다 “뭘 해줄까?” 를 더 많이 물어보고,

 

아무리 가끔 나때문에 짜증이 나도 항상 부드럽다.
2년동안 나에게 단 한번도 화낸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짜증 -> 화 -> 깊은 갈등으로 이어지는 부부싸움을 어릴 때 자주 봐서
당연히 남자들은 짜증나면 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남자친구한테 얘기했을 때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짜증난다고 화나는건 아냐, 짜증은 그냥 일시적으로 지나가는거지, 가끔 짜증난다고 너를 덜 사랑하는 것도 아냐."

4. 순수함 (⭐️⭐️⭐️⭐️⭐️),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한다.

캐나다에 소위 "밤 유흥문화"가 발달이 안되서, 여기 남자들은 참 순수하다.
밤 8시만 되면 가게들이 다 문을 닫으니 남자들은 퇴근 후에 주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도 순수하고,
애인을 만날 때도 성매매 경험 유무 따위 전혀 걱정할 일이 없다.

 

특히 내 전남자친구는 자기 친구들에게 나와의 사적인 얘기를 떠벌린 걸 나에게 들켰는데, 

한국에서 이게 마치 당연하다는 양 행동했다. 

 

지금 남자친구는 나를 존중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을 당연히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고,

캐나다인 친구들도 자신의 여자친구/ 남자친구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 말도고 장점이 많지만 당장 떠오르는 것만 적어봤다.
사람이 장점만 있을 수 없으니 당연히 단점도 있겠지만,
요즘 난 정말로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